[新스릴러]
# 김영하 정형외과 전문의
강도 높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이 뒤따른다. 의사는 이들의 부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재활을 돕는 존재다. 그러한 ‘스포츠 손상’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직접 익스트림 스포츠에 뛰어든 젊은 의사가 여기 있다. 본인의 몸을 실험체(?)로 삼아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정형외과 전문의 김영하(31)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영하 정형외과 전문의
김씨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평생 면역학을 연구해온 부친의 영향으로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고,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정형외과 전문의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그가 스포츠 손상 분야에 주목하게 된 건 2015년 의전원 시절 접하게 된 울트라마라톤 때문이었다. 자신의 지도교수를 비롯한 선배 의사들이 달리기를 생활화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함께 달리기 시작한 것이 그 계기였다.
“의전원 생활은 매일같이 엄청난 학습과 음주의 반복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날려줄 뭔가 건강한 방법을 찾고 있던 터라 달리기에 금세 빠져들게 됐죠.”
울트라마라톤은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100km 이상의 험난한 코스를 이틀 안에 주파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의사로서 밤을 새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에겐 밤낮 없이 달려야 하는 울트라마라톤은 제격이었다. 새벽녘의 풍경과 공기부터 바이오 리듬의 변화까지 모든 것이 익숙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달리기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을 거치며 주력과 항속거리를 끌어올린 그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에서 열린 알타이 트레일 러닝 대회를 시작으로 틈나는 대로 지속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그렇게 실력을 쌓은 그는 올해 9월 프랑스에서 열린 UTMB(Ultra-Trail du Mont-Blanc)에 야심차게 도전했다. 46.5시간 내에 170km 거리의 산길을 달려야 하는, 트레일 러너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세계적인 대회다.
“엄청난 난이도의 대회인 데다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사실 자신감이 크진 않았습니다. 통계로 확인해봐도 한 번에 성공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밤을 두 차례 넘기고 아침을 맞으면서 완주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제한 시간을 불과 15분 남겨놓고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46시간15분, 상승고도 1만m의 기록이었다. 곧바로 탈진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30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거대하게 그를 덮쳐온 성취감은 한동안 몸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은사님인 지도교수와 함께 UTMB 첫 도전만에 완주에 성공
무엇보다도 울트라마라톤 과정에서 얻어낸 경험들은 의사로서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각종 인대 손상과 염증, 골절 등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스스로 입어가며 체득함으로써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노하우와 진료 기술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 성별 컨디션 운동강도 등에 따라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하는지, 부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부상을 입었다면 재활의 방법까지 의사로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겠죠.”
일단 다음 계획은 내년 UTMB 100K 기록주와 일본 오사카 마라톤 서브3(Sub-3)다. 나아가 점차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 장르로 도전의 폭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한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그는 앞으로 스포츠의학을 자신의 세부 전문분야로 삼을 생각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의 사람들을 위한 독보적인 의사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다양한 운동 경험을 가진 의사는 환자에게 더욱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더 깊은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료서비스가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의료인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新스릴러]
# 김영하 정형외과 전문의
강도 높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부상이 뒤따른다. 의사는 이들의 부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재활을 돕는 존재다. 그러한 ‘스포츠 손상’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직접 익스트림 스포츠에 뛰어든 젊은 의사가 여기 있다. 본인의 몸을 실험체(?)로 삼아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정형외과 전문의 김영하(31)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영하 정형외과 전문의
김씨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평생 면역학을 연구해온 부친의 영향으로 의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고,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정형외과 전문의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그가 스포츠 손상 분야에 주목하게 된 건 2015년 의전원 시절 접하게 된 울트라마라톤 때문이었다. 자신의 지도교수를 비롯한 선배 의사들이 달리기를 생활화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함께 달리기 시작한 것이 그 계기였다.
“의전원 생활은 매일같이 엄청난 학습과 음주의 반복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날려줄 뭔가 건강한 방법을 찾고 있던 터라 달리기에 금세 빠져들게 됐죠.”
울트라마라톤은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100km 이상의 험난한 코스를 이틀 안에 주파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의사로서 밤을 새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에겐 밤낮 없이 달려야 하는 울트라마라톤은 제격이었다. 새벽녘의 풍경과 공기부터 바이오 리듬의 변화까지 모든 것이 익숙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달리기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을 거치며 주력과 항속거리를 끌어올린 그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에서 열린 알타이 트레일 러닝 대회를 시작으로 틈나는 대로 지속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그렇게 실력을 쌓은 그는 올해 9월 프랑스에서 열린 UTMB(Ultra-Trail du Mont-Blanc)에 야심차게 도전했다. 46.5시간 내에 170km 거리의 산길을 달려야 하는, 트레일 러너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세계적인 대회다.
“엄청난 난이도의 대회인 데다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사실 자신감이 크진 않았습니다. 통계로 확인해봐도 한 번에 성공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밤을 두 차례 넘기고 아침을 맞으면서 완주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제한 시간을 불과 15분 남겨놓고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46시간15분, 상승고도 1만m의 기록이었다. 곧바로 탈진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30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거대하게 그를 덮쳐온 성취감은 한동안 몸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은사님인 지도교수와 함께 UTMB 첫 도전만에 완주에 성공
무엇보다도 울트라마라톤 과정에서 얻어낸 경험들은 의사로서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각종 인대 손상과 염증, 골절 등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스스로 입어가며 체득함으로써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노하우와 진료 기술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연령 성별 컨디션 운동강도 등에 따라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하는지, 부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부상을 입었다면 재활의 방법까지 의사로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겠죠.”
일단 다음 계획은 내년 UTMB 100K 기록주와 일본 오사카 마라톤 서브3(Sub-3)다. 나아가 점차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 장르로 도전의 폭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한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그는 앞으로 스포츠의학을 자신의 세부 전문분야로 삼을 생각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의 사람들을 위한 독보적인 의사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다양한 운동 경험을 가진 의사는 환자에게 더욱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더 깊은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료서비스가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극한의 상황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의료인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