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스릴러]
# 플래티늄매니지먼트 현득환 PD
새하얀 눈밭을 헤치며 질주하는 스노보더, 높은 파도를 가르며 미끄러지는 서퍼, 굉음을 울리며 점프하는 라이더까지. 우리들은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익스트림 스포츠 장면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촬영이 이뤄졌을까 감탄하곤 한다. 물론 그것은 오늘날 갖가지 장비와 촬영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지만, 사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장면을 잡아내는 이의 열정과 노력이 아닐까. 이를 증명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청춘을 바친 현득환 PD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현득환 PD
올해 40대가 된 현PD가 익스트림 스포츠에 처음 빠지게 된 건 그가 군대를 다녀온 스물 네 살 때였다. 복학을 앞두고 고향인 부산에서 지내던 중 송정 해수욕장에 놀러 온 서퍼들과 인연이 닿았다. 그들에겐 서핑 장면을 기록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얼떨결에 현PD가 그 일을 떠맡게 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때가 아니라서 작은 소니 핸디캠 하나 들고 무작정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경험도 전문성도 없었지만 촬영을 위해 집중하다 보니 서핑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왔죠. 몰아치는 집채만한 파도를 얇은 보드 하나에 맨몸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수상레저 촬영
그해 겨울이 되자 서퍼들은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스키장으로 향했고, 동시에 그에게 다시 한 번 촬영을 의뢰했다. 때마침 스키장 앞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노보드를 배웠던 현PD는 흔쾌히 응했다.
해변에서 거리를 두고 촬영해야 했던 서핑과 달리 스노보드를 직접 타며 근접 거리에서 잡아낸 결과물은 남달랐다. 생생함과 박진감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디테일을 빠짐 없이 캐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피사체와 함께 움직이며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익스트림 DNA’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서서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후 여느 청년들처럼 그도 취업을 하고 사회로 나갔다. 20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자동차 BTL부터 광고대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취미와 특기를 거쳐 본업이 된 촬영과 편집은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자동차 BTL 촬영 현장
“어떻게 보면 ‘덕업일치’가 된 셈이라 일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익스트림만이 줄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갈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17년 현PD는 회사를 등지고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익스트림 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판단이었다. 생계형 자영업이다 보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감을 받으면서도,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의 촬영은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심지어 수익이 없는 경우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의미한 필모그래피가 서서히 쌓여갔다. 가수 제시를 주인공으로 한 젝시믹스 제주도편의 롱보드 씬, 휘닉스 스노우파크 동계 CF, 비발디 스키월드TV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빙상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스링크를 떠나야 했던 이들과 함께 해운대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피겨 영상을 찍는다거나, 꽁꽁 얼어붙은 철원 한탄강에서 대자연을 배경으로 스케이팅을 촬영하기도 했다.
젝시믹스 제주도편 롱보드 씬
마음이 이끄는 일에 몰입해 폭넓게 활동하다 보니 더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지금의 소속사인 플래티늄매니지먼트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다양한 규모의 작업들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그 길로 합류하게 됐다.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운영 장비와 인력이 대폭 강화됐지만 현PD의 초심은 지금도 변함없다. 더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장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먼저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것. 그저 멋지게 잘 찍어내기만 하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걸까 싶은 의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운동 장르마다 선수가 다르고 각자의 움직임이 전부 다릅니다. 그 각각의 다른 매력을 앵글에 담아낼 때 짜릿함을 느껴요. 노력의 결과물을 담다 보면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훈련했고 고생했는지가 다 보이거든요. 같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정서적 교감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을 위한 현PD의 노력은 그가 무엇을 신고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술적이고 물리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바다에서의 파도 흐름과 강도, 스키장에서의 설질과 코스 형태 등을 촬영하는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좋은 장면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현PD의 설명이다. 대체로 고가의 장비를 다루는 터라 파손 위험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의 분야는 그렇잖아도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최근 현PD는 프리다이빙을 새롭게 배우는 중이다. 심연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는 프리다이빙의 특별한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보다 더 위험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짜릿함이 큰 장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윙슈트 베이스점프와 스카이다이빙 같은 것들이다. 자신이 아닌 피사체를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스스로가 먼저 도전하는 ‘찍는 자’의 다음 결과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新스릴러]
# 플래티늄매니지먼트 현득환 PD
새하얀 눈밭을 헤치며 질주하는 스노보더, 높은 파도를 가르며 미끄러지는 서퍼, 굉음을 울리며 점프하는 라이더까지. 우리들은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익스트림 스포츠 장면들을 보면서 대체 어떻게 촬영이 이뤄졌을까 감탄하곤 한다. 물론 그것은 오늘날 갖가지 장비와 촬영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지만, 사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장면을 잡아내는 이의 열정과 노력이 아닐까. 이를 증명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청춘을 바친 현득환 PD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현득환 PD
올해 40대가 된 현PD가 익스트림 스포츠에 처음 빠지게 된 건 그가 군대를 다녀온 스물 네 살 때였다. 복학을 앞두고 고향인 부산에서 지내던 중 송정 해수욕장에 놀러 온 서퍼들과 인연이 닿았다. 그들에겐 서핑 장면을 기록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얼떨결에 현PD가 그 일을 떠맡게 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때가 아니라서 작은 소니 핸디캠 하나 들고 무작정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경험도 전문성도 없었지만 촬영을 위해 집중하다 보니 서핑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왔죠. 몰아치는 집채만한 파도를 얇은 보드 하나에 맨몸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수상레저 촬영
그해 겨울이 되자 서퍼들은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스키장으로 향했고, 동시에 그에게 다시 한 번 촬영을 의뢰했다. 때마침 스키장 앞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노보드를 배웠던 현PD는 흔쾌히 응했다.
해변에서 거리를 두고 촬영해야 했던 서핑과 달리 스노보드를 직접 타며 근접 거리에서 잡아낸 결과물은 남달랐다. 생생함과 박진감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디테일을 빠짐 없이 캐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피사체와 함께 움직이며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익스트림 DNA’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에 서서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후 여느 청년들처럼 그도 취업을 하고 사회로 나갔다. 20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자동차 BTL부터 광고대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취미와 특기를 거쳐 본업이 된 촬영과 편집은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자동차 BTL 촬영 현장
“어떻게 보면 ‘덕업일치’가 된 셈이라 일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익스트림만이 줄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갈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17년 현PD는 회사를 등지고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익스트림 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판단이었다. 생계형 자영업이다 보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감을 받으면서도,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의 촬영은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심지어 수익이 없는 경우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의미한 필모그래피가 서서히 쌓여갔다. 가수 제시를 주인공으로 한 젝시믹스 제주도편의 롱보드 씬, 휘닉스 스노우파크 동계 CF, 비발디 스키월드TV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빙상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스링크를 떠나야 했던 이들과 함께 해운대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피겨 영상을 찍는다거나, 꽁꽁 얼어붙은 철원 한탄강에서 대자연을 배경으로 스케이팅을 촬영하기도 했다.
젝시믹스 제주도편 롱보드 씬
마음이 이끄는 일에 몰입해 폭넓게 활동하다 보니 더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지금의 소속사인 플래티늄매니지먼트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다양한 규모의 작업들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그 길로 합류하게 됐다.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운영 장비와 인력이 대폭 강화됐지만 현PD의 초심은 지금도 변함없다. 더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장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먼저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것. 그저 멋지게 잘 찍어내기만 하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걸까 싶은 의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운동 장르마다 선수가 다르고 각자의 움직임이 전부 다릅니다. 그 각각의 다른 매력을 앵글에 담아낼 때 짜릿함을 느껴요. 노력의 결과물을 담다 보면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훈련했고 고생했는지가 다 보이거든요. 같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지는 정서적 교감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을 위한 현PD의 노력은 그가 무엇을 신고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술적이고 물리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바다에서의 파도 흐름과 강도, 스키장에서의 설질과 코스 형태 등을 촬영하는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좋은 장면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현PD의 설명이다. 대체로 고가의 장비를 다루는 터라 파손 위험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의 분야는 그렇잖아도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최근 현PD는 프리다이빙을 새롭게 배우는 중이다. 심연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는 프리다이빙의 특별한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보다 더 위험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짜릿함이 큰 장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윙슈트 베이스점프와 스카이다이빙 같은 것들이다. 자신이 아닌 피사체를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스스로가 먼저 도전하는 ‘찍는 자’의 다음 결과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